중국 정부의 종교 통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당국은 지하교회와 가톨릭 성당에 이어 역사가 1,500년이 넘은 소림사에도 사상 최초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게양하고 시진핑 사상을 학습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 국기 오성홍기가 게양된 베이징의 천주교 성당.(사진=연합뉴스)

중국 종교탄압 심화…가톨릭·이슬람 사원에 "오성홍기 게양하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말 집권한 후 중국 정부는 '종교의 중국화'를 내세우며 종교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종교활동은 국가의 통제를 받는 사찰, 교회, 이슬람 사원에서만 가능하다며 지하교회 등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있으며, 종교 조직이 당과 정부의 요구에 철저하게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중국 불교의 성지이자 소림무술로 유명한 허난(河南)성 숭산(嵩山)의 소림사(少林寺) 역시 당국의 이러한 요구에 못 이겨 지난해 8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게양식을 거행했다. 495년 소림사가 건립된 이래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1,500여 년이 넘은 소림사에 국기가 게양된 데 대해 비판 여론이 일자 소림사 측은 "국기 게양은 국가의 요구이며 애국애교(愛國愛敎)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빈과일보는 중국 공산당 중앙통일전선부 부부장 겸 국가종교사무국 국장인 왕쭤안(王作安)이 새해를 맞아 천주교애국회와 중국천주교주교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같은 요구를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가톨릭은 중국 당국의 인가를 받지 못한 지하교회 신도 1,050만 명과 중국 관영의 천주교애국회 신도 730만 명으로 나뉜다.

왕 부부장은 "중국 천주교는 높은 책임감과 사명감 아래 신도들을 이끌고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학습을 관철해야 할 것"이라며 "끊임없이 중국화 발전 방향을 실천해 성당 내에 오성홍기를 높이 내걸고, 중요 국경일에는 국기 게양식을 거행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에 마잉린(馬英林) 주교단 주석은 "당과 정부가 맡긴 중대한 책임을 저버리지 않고, 중국화 발전 방향의 길에서 더욱 큰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슬람교도에 대한 인권탄압으로 비난받는 신장(新疆)웨이우얼 자치구에서도 이슬람 사원들이 중국 당국의 요구를 못 이겨 오성홍기를 게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티칸 교황청은 중국 당국의 이러한 '종교의 중국화'에 저항했으나, 지난해 9월 중국과 교황청이 주교 임명 문제를 잠정 타결짓고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교황청이 이를 묵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한 지하교회 신부는 "중국 천주교가 하나의 '애국 조직'으로 변질하고 있지만, 교황청은 이미 중국에 포섭당했다"며 "'시진핑 사상'을 학습하는 것은 결코 천주교 교의에 부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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