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사회적 역할·자생할 방법 상실해
2001년 파주 운정신도시에 수용된 교하순복음교회는 신도시 아파트 단지 속 한가운데 놓인 컨테이너를 예배당으로 사용 중이다. 종교용지를 분양 받긴 했지만 비싼 분양가와 건축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선뜻 교회건물을 올릴 수 없었다. 계약 후 수년째 잔금을 치르지 못해 결국 분양 받은 부지를 내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8월이 되면 그나마 있던 컨테이너마저 철거된다.
김기식 담임목사는 "수용 후 10여 년간의 줄다리기, 또 재판을 겪으며 현재는 아내와 자녀들, 처가 식구들 10명 정도만 남아 이 컨테이너에서 신앙생활 중"이라며 "개발 전 지역 내 가장 큰 교회도 은행 빚을 갚지 못해 사라지는 상황에서 섣불리 건물을 올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교회 측에선 기존처럼 유치원이나 노인센터 등 예전처럼 복지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요구했지만 구두와 서면으로 협의된 사항 일부가 계약 후 지켜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처지가 비슷한 사랑샘교회도 예배당을 창고와 상가로 수 차례 옮겨야 했다. 전국기독교총연합회 개발대책위원장이기도 한 사랑샘교회 박창호 목사는 "한 지구가 개발되면 50~100개 정도의 교회가 수용되는데 그 중에서 살아남는 교회는 2~3개 뿐이다"며 "옥정지구의 경우는 단 한 교회도 살아나지 못했고 파주도 2~3교회만 남고 나머지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전국 신도시 재개발지역 종교용지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파주 운정지구와 김포한강지구, 별내지구 등을 비롯해 총 18개 지구 240여 교회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신도시에 수용될 때 받는 보상가보다 분양계약 시 토지분양가가 훨씬 비싸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건물을 세우려면 은행에 큰 빚을 져야만 한다. 신도시 개발과정에서 기존 교회가 대부분 사라지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지금까지 전국의 1만 3천여 교회가 사라졌다. 이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앞으로 개발이 진행되는 지역들도 곧 직면할 문제다.
이 지역 목회자들은 "신도시 개발 후에도 기존 목회지에서 사역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현재 지구단위계획을 개정해야 한다"며 "교회가 자생할 수 있도록 지역교회 현실을 돌아봐 달라고 오래 전부터 요구했지만 지자체와 시공사로부터 외면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