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맞았다. 온 가족이 모이는 즐거운 시간이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달라지는 명절 문화에 대한 세대 간 이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모두에게 행복한 명절이 되기 위해 가정과 교회에 요구되는 것은 무엇일까.
 
 ▲한 취업포털이 명절 스트레스 여부를 조사할 결과, 국민 절반 이상이 명절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명절은 스트레스", 부정적 인식 증가
 
흩어졌던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추석. 하지만 어느덧 추석은 반가운 친척을 만나는 날이 아닌 '하기 싫은 일'을 하거나 '듣기 싫은 말을 듣는 날'로 바뀌고 있다. 추석의 전통적인 모습 뒤에는 여성들의 힘듦, 가족간의 다툼, 가정 폭력 등의 어두운 뒷면도 함께 존재한다.
 
통계상으로 봐도 추석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목회데이터연구소(소장 지용근)는 추석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소가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이 같은 인식이 두드러진다. 연구소는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과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등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서에서 인용했다.
 
한 취업포털이 '명절 스트레스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4%가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에는 기혼일 경우 '경제적 지출(35%)'이, 미혼은 '어른들 잔소리(34%)'가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추석에 가장 듣기 싫은 말로 '결혼 언제하니'(31%)를 꼽았고, 다음으로 취업(10%), 월급(9%), 애인유무(8%) 순이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추석에 대한 남녀 인식 차이다. 추석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 '추석은 힘든 명절이다'라고 답한 비율은 전체 여성 가운데 89%에 달했다. 반면 남성은 3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소는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름다운 풍속이 추석명절이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보고서에서 제시됐듯 한국인에게 명절은 스트레스이고 노동이며 가족간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명절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젊은 세대들은 고향 대신 '국내외 여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추석, 직장인 5명 중 1명은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이라고 항상 가족들이 모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70%), '추석 연휴기간 동안 친척들을 만나도 할 일이나 할 말은 별로 없다'(62%), '가족·친척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느껴지는 날이다'(61%) 등의 인식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가족 중심의 명절 문화가 점차 해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 모 씨는 "들뜬 마음으로 고향에 가봤자 남들과 비교하는 잔소리만 듣는 경우가 많아 명절이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이번 추석 연휴에는 따로 해외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대 간 이해 필요, 가족 화합 분위기 조성해야
 
전문가들은 기성세대들이 달라진 명절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도 기성세대의 화법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통적 가족개념이 해체되고 세대 간 가치관도 달라졌다"며 "기성세대의 경험을 앞세워 하는 조언은 젊은이들에게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젊은 세대들도 부모와 친척들의 조언을 고깝게만 받아들이지 말고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보고서 결과를 토대로 기독교인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를 제언했다. 연구소는 "해가 갈수록 제사를 지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면서 "종교적인 문제이기 전에 여성과 젊은층들을 중심으로 한 시대적 트렌드다. 기독교에 거부감이 없는 가정일 경우, 그리스도인들이 나서서 가정예배를 권유, 시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더불어 '서로 칭찬과 배려의 말 하기', '명절 후 남편은 아내에게 감사 표현하기', '가족간의 다툼을 피할 수 있는 원칙을 세울 것'을 권면했다.
 
이는 기독교인들이 가족 간의 화합을 이끌고 가치있는 명절 문화를 만들기에 앞장서자는 의미의 조언이다. 연구소는 "추석 명절, 한국교회가 칭찬과 배려의 말과 행동을 권면하는 사회적 순기능을 담당해 모든 가정이 행복한 명절을 지내는데 도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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