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재까지 다른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악성 댓글에 시달렸던 설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악플을 제재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게재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설리 사망에 ‘인터넷 실명제 부활’ 등 여론 들끓어

설리는 지난 14일 오후 3시 20분쯤 성남시 수정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설리가 평소 우울증을 앓아왔다는 진술과 설리의 심경이 담긴 메모장 등이 발견되면서 자살로 추정되고 있다.
 
루머와 악플의 표적이 됐던 설리의 사망 소식에 악플러(악성 댓글을 다는 네티즌) 처벌 강화와 인터넷 실명제를 요구하는 등 댓글 실태를 지적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설리 사망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악플러 처벌'과 '인터넷 실명제 부활' 청원 등이 게시되고 있다. (사진 제공=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설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악플러들을 강하게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게시됐다. ‘인터넷 실명제 부활’을 요청한 청원인도 있었다.
 
청원인은 “꾸준히 달리는 악플들은 흔히 키보드 워리어라고 불리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시작돼 연예인, 주변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설리양 뿐 아니라 지금도 악플에 고통 받는 많은 분들이 있을 텐데,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리 사망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악플러 처벌'과 '인터넷 실명제 부활' 청원 등이 게시되고 있다. (사진 제공=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설리는 2014년에 한차례 악성 댓글과 루머로 고통을 호소하며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팀에서 탈퇴했다. 최근에는 ‘여성의 노브라 권리’를 주장하며 관심과 논란의 중심에서 또다시 악성 댓글의 표적이 됐다.
 
설리의 SNS 댓글에는 ‘노출증 환자’부터 ‘관심종자’라는 원색적 단어의 악플들이 곳곳에 달려있다. ‘부모님이 정말 불쌍하다’ 같은 악플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이런 악성 댓글이 난무하면서 이슈가 되다 보니, 최근에는 스타가 자신에게 달리는 악플을 직접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악플의 밤’이라는 프로그램도 방영을 시작했다.
 
설리는 방송에 출연해 “악플 때문에 대인기피증까지 왔었다. 예전에는 골목으로만 다녔는데, 여기저기 카메라가 다 달려 있는 것 같아 무서웠던 기간이 있다”며 악성 댓글로 인해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고백했다.
 
악플로 인한 피해 연예인의 이야기는 최근 이슈가 아니다. 지난 2008년 최진실의 사망은 한국사회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악성 루머와 악플러 등에 시달리던 최진실은 자살을 선택했고, 그녀의 죽음 이후 최진실의 전 남편 조성민씨도 악플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연이어 최진실의 동생 최진영까지 자살로 생을 마감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은 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어 많은 팬들에게 아픔을 줬다. 악플에 시달리며 마음고생했던 가수 구하라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바 있다.
 
배우 박진희가 지난 2009년 발표한 석사논문에 따르면, 연기자 중 38.9%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40%는 자살을 생각한 경험이 있었다. 박진희는 악성 댓글, 불안정한 수입, 과도한 사생활 노출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처럼 연예인을 괴롭히는 네티즌들의 댓글 수위가 날로 과감해져 가는 원인을 ‘댓글 익명성’으로 보고, ‘인터넷 실명제를 통해 악성 댓글을 근절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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